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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본색을 드러낸 스피커
작성2달 전조회1283추천5

 

Statement Model 1
이 스피커가 우리 집에 들어온지 10년이 지났다.

 

스테이트먼트 모델1은 에이프릴 뮤직에서 만든 첫번째 스피커이다. CDP나 앰프를 전문적으로 만들던 오디오업체가 스피커 만든다기에 반신반의한 것도 있었고 작은 북셸프 스피커 치고는 가격이 어마어마한 것도 있고 해서 공동제작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았었다. 공제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스테이트먼트 스피커에 대한 좋은 평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당시에는 매물도 적고 가격대도 높아서 그냥 나와는 인연이 없는 물건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에이프릴뮤직의 두번째 스피커인 'Anton'이라는 모델을 구입하였다. 스테이트먼트의 1/3 정도 가격이라 부담스럽지 않았기에 그냥 가볍게 들을 서브스피커로 활용할 생각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Anton 스피커가 기대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Anton과 한동안 음악을 즐기다 보니 에이프릴뮤직에서 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스테이트먼트의 소리가 궁금해졌다. 결국 Anton을 내보내고 중고매물로 나온 스테이트먼트 모델1을 구입했다. 스테이트먼트의 좋은 소리로 마음껏 음악에 빠져야지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그런데, 이게 고행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어느 앰프를 연결해도 쉽게 울려주던 Anton과는 다르게 스테이트먼트는 앰프를 많이 가리는 듯 했다. 소리가 쉽게 터져 나오지 않고 스피커 주위에만 맴도는 것 같았다. 볼륨을 많이 올리면 잘 울리는 것 같지만 고음과 저음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중간 음역대의 소리는 뭔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치 초점이 맞지 않는 카메라 렌즈를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소리가 좋다고 다들 호평하는 스피커이니까 내 앰프가 스테이트먼트를 제대로 구동하지 못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구동력이 좋다는 TR파워앰프도 연결해보고 진공관 파워앰프도 연결해보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았지만, 단 한번도 시원스럽게 터져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간간이 테스트만 했을 뿐 나의 스테이트먼트는 메인스피커 옆에서 장식품 역할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애호가들의 호평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후일을 기약하며 계속 보유해 왔었다. 그 사이 공간이 좁아지면서 여러 스피커를 내보냈지만, 메인스피커와 함께 스테이트먼트는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스테이트먼트를 앰프에 연결하고 테스트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소리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내를 가지고 몇주간 꾸준히 들어보았지만 소리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에이프릴뮤직 경영자와 연구개발진이 모두 바뀐 탓에 이 제품에 대해 기술적인 내용을 문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생산을 담당했던 사운드포럼에 물어보니 스피커를 맡기면 원하는 소리가 나도록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새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그렇고, 스테이트먼트 본연의 소리와 달라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혹시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상태를 한번 보기나 하자는 생각에 우퍼를 떼어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바닥면에 깔려있는 천연양모를 걷어내고 나니까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보였다. 바닥면 전체를 차지하는 커다란 PCB는 문도르프의 공심코일과 필름콘덴서로 가득차 있었다. 이  네트워크 기판을 떼어낼 수가 없어서 구석에 있는 몇가지 부품의 스펙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부품 배치와 PCB패턴으로 유추를 해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회로도를 그려보았다. 

 

 

그려진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회로도를 보니 2차필터 구성인데 우퍼쪽에 노치필터가 추가된 형태였다. 그런데, 우퍼와 트위터가 모두 같은 극성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순간, 우퍼와 트워터가 모두 2차 구성일 때는 둘 중 하나를 역상으로 연결하라는 걸 스피커제작 관련 자료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고 이런저런 검색을 해 보았지만 이것이 답답한 소리의 원인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트위터의 위상이 문제의 원인인지 직접 측정을 통해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카메라 삼각대에 마이크를 고정하여 스피커 정면에 배치하였다. 2000~3000hz사이를 100hz 단위로 올려가며 사인파를 발생시켜 DAC를 거쳐 앰프와 스피커로 보내고 Audicity라는 사운드에디터로 녹음을 하였다. 스테이트먼트의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2500hz 근처이니까 이 구간만 측정하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후 결과를 보니 2400~2800hz 구간이 20dB 정도 밑으로 꺼져 있었다. 서너차례 더 측정해 봤지만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왔다. 스피커 크로스오버 설계 자료에서 보았던 내용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퍼와 트워터가 모두 2차필터이고 둘 모두 같은 극성으로 연결한 경우 180도 위상차이가 나며 크로스오버 주파수 주변에 심한 골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트위터를 역상으로 연결하면 소리가 제대로 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트워터의 +- 극성을 바꾸어서 연결해 보기로 하였다. 트위터를 빼다가 그만 케이블이 떨어지는 바람에...  네트워크 기판이 분리가 되지 않아 인클로저 내부로 납땜기를 넣고 작업하느라 꽤나 힘이 들었다. 하지만,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양쪽 스피커의 트위터를 역상으로 변경한 후 다시 주파수 측정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게 거의 평탄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전 사용자가 트워터 결선을 바꾸었을지도 모르고, 혹 생산과정에서의 실수로 그렇게 되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트위터가 역상으로 연결되는게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음악애호가인 나로서는 사인파 측정보다는 역시 음악소리를 들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튜너를 통해 클래식FM방송 프로그램을 들어보았다.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았음에도 소리가 제대로 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의 답답한 느낌은 사라지고 음악소리가 공간에 시원하게 울려퍼지고 진행자의 목소리도 또렷하고 생생하게 들렸다. PC-Fi를 통해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 핑크 마티니의 La Soledad 등을 들어보니 바로 앞에서 노래하는 듯 귀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CD를 들어보았다. 엘릭 클랩튼의 Wonderful Tonight은 탱글탱글한 기타 소리와 함께 라이브의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페라이어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959는 정말 예쁘고 명징하게 들려왔다. 루빈슈타인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협주곡1번은 영롱한 피아노 터치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멘델스존의 교향곡5번에서도 제법 큰 스케일과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다. 메인스피커에 비하면 스케일이 조금 작기는 하지만,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웅장함조차도 그럭저럭 잘 표현해 주는게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것이 스테이트먼트의 소리였구나!
이래서, 스테이트먼트를 칭찬하는 것이었구나!

 

나의 스테이트먼트가 제 소리를 찾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스테이트먼트야, 오랜 세월 잘 쉬었으니 이제 열심히 일해야겠지?

 

 

작성 '19/10/15 13:39
er***수정 삭제
ce***:

헐....제작하면서 실수가 있었나보네요...

19/10/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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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나만 무식한 거임? 무슨 소린지 모르겠음.^^

19/10/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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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QC에서 청감 테스트를 제대로 안하고 내보낸 모양이네요..
아직은 공방수준인 한국 오디오 업계의 현실인 듯 합니다...

19/10/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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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한동안 눈독들이다 포기한 일인으로서 부럽네요

19/10/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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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트위터와 우퍼가 모두 2차로 걸리면 위상이 반전되면서 크로스오버 대역에 딮이 발생됩니다. 이 딮의 깊이가 교차되는 점에서 약 6데시벨 빠져요. 반대로 위상이 서로 맞게 되면 6데시벨 올라가게 되죠. 결국 정위상이냐 역위상이냐의 차이로 해당 대역에 약 12 데시벨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흔히 자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2k~4k 사이의 네트워크는 소자 하나 수치만 바꿔도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해당 대역은 1 데시벨 차이도 상당히 명료하게 들리기도 하구요. 그간 정말 고생하셨네요.

측정을 해보시려면 측정용 마이크 하나 사용하시고 가장 흔히 사용하는 무료 프로그램 사용해서 측정해보세요. 마이크는 10만원짜리 정도 쓰시면 되구요. 프로그램은 REW 라는 무료 프로그램 사용하시면 됩니다. 측정 방법은 고음역에 대해서라면 트위터 축으로 1미터 떨어진 곳에서 측정하세요. 어지간히 튜닝이 된 곳에서라면 그 측정으로 대략 400헬츠 정도까지는 제대로 측정값이 나옵니다. 한가지 정말 주의하실 점 있어요. 사인파로 측정하게 되는데 트위터 나가는 경우 많이 생깁니다. 그거 꼭 주의하시구요.

19/10/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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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

그런 수고와 쾌감은 본인만이 알죠. 소리를 찾았음을 축하합니다.

19/10/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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