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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임한귀/고양시립합창단, 고양시교향악단의 하이든 천지창조
작성3주 전조회280추천1

지난 금요일 고양 아람음악당에서는 하이든 천지창조 전곡 공연이 있었습니다.
2013년부터 6년간 광주광역시시립합창단 상임 지휘자였던 임한귀 씨의 고양시립합창단 취임연주회로
오케스트라 반주는 1주일 전과 같은 고양시교향악단이 맡았습니다.

 

제가 예매한 자리는 2층 3열 가운데로, 전석 5천원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이날 공연은 좌석의 90% 정도가 찼으며, 제가 구경한 고양 공연으로는 유일하게
무대 좌우의 합창석에까지 관객들이 입장해서 성황을 이뤘습니다.

 

이날 오케스트라는
제 1바이올린 8대, 제 2바이올린 6대, 비올라와 첼로 4대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2대로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모의 비교적 작은 편성이었습니다.

 

2명의 트럼페터가 지휘자 정면의 한가운데에 앉았고,
비올라 쪽에 3대의 트롬본, 바이올린 쪽에 3대의 호른이 위치했습니다.
한편 팀파니는 가장 왼쪽에 위치한 바이올린 주자의 뒷편에 자리잡았습니다.

 

쳄발로는 비올라와 콘트라베이스 사이에 위치했습니다.
팜플렛에 쳄발리스트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제 눈썰미로는 지난 3월말 바흐솔리스텐서울의
메시아 공연에서 쳄발로를 맡았던 아렌트 그로스펠트 씨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닐 수도...)

 

반면 합창단의 경우 알토, 테너, 베이스 각 11명씩, 소프라노는 13명, 총 46명으로
오케스트라 규모에 비하면 좀 큰 규모라고 보였습니다.
흰색 드레스의 여성 합창단이 앞 줄에 서고, 그 뒤에 남성 합창단이 섰습니다.

 

지휘자 임한귀 씨는 합창지휘를 전공한 분이시기 때문에
이런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합창음악을 지휘한 음반들로 보면
칼 포르스터 (1903~1963)나 헬무트 릴링 (1933년생)의 경우에서 선례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상설 오페라 극장이 있는 유럽의 경우 평상시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모두 오페라 감독이 지휘하기 때문에, 합창단에 전속 지휘자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합창곡도 오페라 감독이 지휘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상설 오페라 극장이 없고 콘서트 위주인 우리나라의 경우,
합창이 주가되는 오케스트라 곡의 경우 해당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대신
합창단의 상임 지휘자가 맡는 것이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이런 대규모 합창곡을 듣더라도 합창 자체 보다는
오케스트라 반주나 독창에 더 관심을 쏟는 편이기 때문에
대규모 합창곡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아니라 합창 지휘자가
맡는 경우가 잦은 것은 저로서는 그렇게 반갑지는 않습니다.

 

그런 경우 아무래도 오케스트라보다는
합창 쪽에 더 지휘자가 애정을 쏟을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오케스트라 편성이 작은 것에서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어떤 스타일의 연주가 될지 대략 예상이 됐습니다.

우선 팀파니는 고전주의 곡에 맞게 지나치게 무거운 말렛을 피해서
부피감을 키우지 않고 작은 음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서 흡사 고악기 연주 스타일을 연상시켰습니다.
하지만 금관은 여전히 현대악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의 팀파니나 이 정도 규모의 현악기와 어울릴 수준의
약주를 하게 되면 그 존재감이 흐릿해지기 쉬운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공연에서는 트럼펫과 트롬본은 공연 내내 거의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악기로 연주된 하이든의 교향곡은 흔히 금관이 절제되고 현 위주인 음반이 많지만
적어도 이 곡에 한해서는 그와 반대로 대부분의 음반들이
금관과 팀파니를 강하게 울려서 초반부터 대우주를 연상시키려고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말동안 제가 가진 음반들을 대여섯종을 들어봐도
지나치게 위압적이고 찍어누르는 듯한 연주들이 흔하더군요.

- 그 대표적인 음반은 레바인/베를린 필 (DG) 1987년 녹음.
전에는 몰랐는데 이날 공연을 듣고 보니 그런 연주들에는 거부감이 들게 됐습니다.

 

물론 이날 지휘자의 선택은 오케스트라보다는 합창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서 이날의 공연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움을 유지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부족한 대로 남겨둔 것이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날 공연에선 목관 악기들의 아름다운 음색을 만끽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악보에 플루트가 3대 편성되어 플루트가 강조되어 있긴 했지만,
플루트가 솔로로 나오는 부분에서도 다른 목관보다 플루트가 좀 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반면 오보에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덜했습니다.
중간중간 수줍은 듯 치고 빠지는 바순과 콘트라바순의 소리도 참 듣기 좋았습니다.

 

트럼펫과 달리 호른은 매우 선전했습니다. 지나치게 약주로 일관하지 않고
튀거나 뭉뚝해지는 대목도 전혀 없이 보기 좋은 음형을 만들어냈습니다.

 

현악기들도 곡의 내용이 바뀜에 따라 그 음색을 바꿔가며
순간순간 농도가 다른 색깔을 들려줬는데 소규모긴 하지만
홀 자체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이 곡 자체의 단점은 용두사미라는 점일 것입니다.
유창한 1부의 합창과 흡사 베토벤의 피델리오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나 코지 판 투테를 연상시키는 1, 2부의 아리아와 앙상블 곡들에 비해
2부 후반부와 3부가 너무 재미없다는 것일 텐데
이날 공연에선 큰 폰트로 무대 뒤에 한글 가사가 큼지막하게 표기되어서
이 곡에서 제가 완전히 알지 못하고 있던 잔 재미들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됐습니다.

 

가수들 중에서는 소프라노 석현수 씨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중음부의 에너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깨끗한 고음의 청아한 목소리로
이날 오케스트라 반주 스타일과 잘 어울렸습니다.

 

나머지 두 명의 남자 가수분들도 무난한 가창을 들려줬습니다.
원래 베이스가 부르는 라파엘 천사 역을 맡은 김동섭 씨는 팜플렛에는 베이스로 표기되어 있지만
바리톤으로 주로 활동하셨던 분이시더군요. 실제 목소리도 바리톤으로 들렸습니다.

 

합창은 감동적으로 잘 들었습니다.
이날 제게 소름돋는 전율이 찾아온 대목은
2부의 합창과 세명의 독창자가 모두 참여한 18a. Terzett und Chor: Der Herr ist gross in seiner Macht 였습니다.
- 공연에서 전율이 언제, 왜 느껴지는지는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
지휘자가 템포가 처지는 느낌 없이 이 곡의 재미를 절묘하게 잘 살려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오케스트라 반주와 대조적으로 스케일이 컸다는 점일 것입니다.
오케스트라가 그런 컨셉을 잡은 것이 합창 때문이긴 했지만
서로 간의 밸런스를 생각하면, 합창도 같은 컨셉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양보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냉큼 자기 몫을 챙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의 옥의 티는 자막을 쏘고 있던 프로젝터에서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였습니다.
과거 아람음악당에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잡음이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들렸기 때문에
그 원인은 프로젝터로 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제가 앉은 2층에서 프로젝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아마도 1층에서 프로젝터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난 3월말 IBK챔버홀에서는 2층의 조정실의 밀폐된 유리창을 통해 프로젝터를 쏘아서 잡음은 없었지만
너무 자막이 어두운 것이 문제였는데, 고양 아람음악당에선 자막의 가독성은 좋았지만
프로젝터의 팬소리는 몰입에 큰 방해가 됐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막 상용화되기 시작한 대형 LED 디스플레이가 공연장에 도입되어야만 해결될 것 같습니다.

 

보통 공연에서 실연으로 특정 곡을 듣고 나면 그 연주가 좋았으면 좋은 대로
나빴으면 나쁜 대로 당분간은 그 곡은 다시 듣고 싶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천지창조는 뭔가 여지를 남겨두는 느낌이어서
다른 천지창조 공연을 또 들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점이 희한합니다.

작성 '19/04/28 18:59
th***수정 삭제
km***:

프로젝터가 오래된거면 또 소음 장난 아니지요...ㅠㅠ

19/04/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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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

프로젝터는 새거라도 완전한 무음을 만들어낼 수가 없죠. 이날도 연주가 시작되기 전이나 인터미션처럼 관객들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는 전혀 그 잡음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19/04/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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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혹시 앵콜곡은 뭐였습니까?

19/04/29 10:29
덧글에 댓글 달기    
    th***:

앵콜은 없었습니다. 이런 대곡을 연주할 때는 오페라처럼 앵콜이 없습니다.

19/04/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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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

아... 합창곡이었지요. 베토벤 교향곡 9번도 앵콜곡이 없는걸 저도 직접 확인했습니다.
말러곡도 앵콜곡이 잘 없다고 하더라고요. 말러곡이 워낙 길어서...ㅎㅎ

19/04/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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