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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화) 에스메콰르텟 한국데뷰연주회 - 롯데홀
작성3달 전조회912추천1

이 공연 후기 글이 올라오나 기다리다가, 그냥 간단히 제가 올립니다.

 

그냥 한 마디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유명하고 가장 극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처음 실연으로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그것도,,,

COVID-19 팬데믹으로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입원하고 죽어나가는

이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최고의 쿼텟의 연주로, 

서울이라는 인구 1000만이 넘는 대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이렇게도 쿼텟에 딱 맞는 훌륭한 음향을 뿜어내는 홀에 앉아

죽음과는 거리가 먼 안락한 자세로 앉아서 

그 모든 다이내믹을 느끼면서 끝까지 들을 수 있다는 건,

기적과 행운에 가까운 사치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겠네요.

(안락사라는 게 가능해진다면, 딱 그렇게 죽고 싶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역사에 남을 만한 명연주였습니다.

위그모어 콩쿨 우승으로 유럽에서 먼저 알려지고 인정받은 쿼텟의

국내 데뷰 연주.

진은숙 작곡가의 파라메터스트링이 포함된 레퍼토리.

여성만 4인으로 구성된 쿼텟의 세계 정상 정복.

 

전에 롯데콘서트홀에서 대규모 관현악이나 큰 합창곡 들어간 공연은

너무 목욕탕 같은 울림 때문에 감동이 반감되는 경험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았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은 아마도 국내에서는 실내악에 최상의 홀이라는 것을.

아주 여린 패시지의 소리 하나도 저 끝까지 다 전달되고 

음향적으로 아주 아름답게 소리가 울리더군요. 

 

그런 훌륭한 요소들로 가득한 콘서트였음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탓인지,

빈 객석이 제법 눈에 띄는 소박한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아직 쿼텟이라는 장르가 대중적이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날 객석에서는 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악장 사이에 

기침소리도 거의 내지 않고 고도로 집중해서 듣는 것 같았습니다.

 

죽음과 소녀 2악장 메인 주제와 변주는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몰입시켰고,

4악장 프레스토는 그야말로 숨막힐 듯한 죽음이 급박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연주가 압권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더욱,,,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ㅋ )

아마도 앞으로는 그 어떤 명연주 단체의 명음반이라 할지라도,

죽음과 소녀 만큼은 이 날 연주의 감동을 능가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배원희, 하유나, 김지원, 허예은 네 분 모든 멤버들이 정말 뛰어나고 자랑스럽지만,

리더로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배원희 님의 능력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함? 어떻게 그렇게 깃털처럼 가벼웠다가도 순식간에 차가워지기도

하고 힘이 넘치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도 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렇게 쉽게 오가며 음악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지,,,?

어쩌면 여성이어서 훨씬 섬세한 리더 역할이 가능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앵콜곡은 피아졸라의 천사의 죽음,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종식을

소망하는 마음을 담은 Over the rainbow 두 곡이었구요.

연주 후에는 몇몇 팬들과 사진도 찍어주고 싸인도 해 주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서 

세계 최고의 쿼텟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네 분 부디 건강히 롱런하기를,

한국 연주를 더 자주 해 주기를,

조성진 님을 섭외해서 슈만의 퀸텟을,

두 분을 더 섭외해서 Arnold Schonberg의 Verklarte Nacht를 이 홀에서

꼭 들을 수 있게 해 주기를 부탁해 보았습니다.

그 동안 저는 쿼텟의 내성,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 소리를 좀더 세밀히 들을 수

있게끔 귀 훈련을 해 두어야겠습니다. 

 

 

 

 

 

 

 

 

 

 

작성 '20/06/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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