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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토) 윤아인 & 드미트리 시쉬킨 피아노연주회
작성4달 전조회947추천1

 

(1시간동안 모바일에서 쓰다가 마지막에 뭘 잘못 터치해서 다 날렸습니다,, 오기로 기억에 의지해서 다시 씁니다.)

 

1. 7:40경 롯데홀 로비.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모두 빽빽히 늘어선 줄에 마스크도 대충 쓰고. 걸려도 난 죽지 않을 거야, 코로나는 코로나고 문화 생활 없이는 도저히 못 살겠다, 뭐 이런 심리인가? 홀에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예 실종. 장마 빗줄기에 QR 코드를 찍는 절차까지 겹쳐서 예매 티켓 발권 줄이 에버랜드 놀이동산 줄만큼 길어져 있었다. 도저히 제 시간에 공연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또모 측에서는 좌석 간격유지나 줄 비우기 같은 것 없이 그냥 객석을 다 채웠다. 방역 당국에서 그렇게 허락을 해준 모양인데, 방역에 자신이 있는 건가? 아니면 겁이 사라진 건가? 에라, 나도 몰라. 중국산 덴탈마스크, 너만 믿는다. 긴 줄을 기다려 겨우 티켓을 받아 늦지 않게 입장할 수 있었다. 공연은 7-8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2. 또모가 연주회 기획까지 모두 커버한 모양이다. 전문적인 기획사 없이 그냥 롯데홀만 대관한 듯. 클래식 음악 전공 대학생들로 구성된 젊은 유투버들의 겁없는 도전, 좋아 좋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A4 용지 한장짜리 안내지는 너무하지 않아? 좀더 두꺼운 종이 재질로 접어서 4면 정도 되는, 연주곡 설명도 간단히 들어간 팜플렛 정도는 되어야 기념비적인 두 사람의 공연에 대한 역사자료로 집에 소장할 거 아니야? 기름을 빼도 너무 뺐다 얘들아~ 다음엔 좀 신경쓰자~ ^^ 

 

3. 롯데홀에서 피아노공연은 앞으로는 무조건 1층에서 들어야겠다. 공연 정보를 늦게 알아서 가성비 고려하여 2층 왼쪽 높은 자리에 처음 앉아보게 되었는데, 두명의 피아니스트가 모두 바로 내 눈 아래로 다 들어오게 보여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피아노곡 감상에는 불리하다. 롯데홀 특유의 목욕탕 효과가, 특히 피아노 연주에서는 극대화되는 자리였다. 울림효과가 너무 커서, 이 최고 연주자들의 솜씨를 해상력 있는 똘망똘망한 피아노 소리로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4. 아인씨는 정말 아름다웠다. 인사하고 나오다가 드레스에 걸려서 넘어질 뻔 한 것만 4번 정도. 넘어질 뻔하는 모습까지도 예쁘다. (안 넘어져서 다행~ ) 음악애호가에게 이런 딸 하나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구나.

 

5. 드미트리는 남자 입장에서 봐도 정말 잘 생겼다. 어떤 수트를 입어도 핏이 잘 맞을 것 같이 멋있다.

 

6. 어떻게 똑같은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두 사람의 터치가 이렇게 다르게 들릴 수 있을까. 솔로 곡을 연주할 때 아인씨는 얇으면서도 부드럽게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잘 만들고, 시쉬킨은 강인하고 질기고 박력있는 스피드의 소리를 잘 만들어냈다. 하지만, 듀오곡을 할 때는 각자의 이런 장점이 그대로 있으면서, 상대방의 특징적 장점까지 두 사람 각자에게 다 섞여들어간 것 같았다. 하이엔드 스피커로 아주 정밀한 스테레오 사운드를 듣는 것 같았다.

 

7. 넘겨주는 친구들의 역할이 아주 컸다. 2부의 듀오곡들은 연주 진행속도가 빨라서 두꺼운 악보책을 정신없이 넘겨줘야 했다. 아인씨 악보 넘겨주던 친구가 잠깐 정신줄을 놓았던지 다급히 악보를 넘겨주느라 아찔해 보인 장면이 한두번 있었다. 20-30초 간격으로 종이 넘어가는 소리까지도, 음악과 예술의 완벽한 일부였다.

 

8. 리스트의 난곡 중의 하나인 메피스토 왈츠. 드미트리의 손이 날아다니는 것을 바로 위에서 다 내려다 보았다. 손 모양이 정말 나비 같았다. 메피스토는 가벼우면서 감미로와야 한다. 바로 그런 연주였다. 어떻게 그렇게 가비압~게 칠 수 있는 걸까. 역시 테크닉적으로는 완벽한 연주자구나.

 

9. 오늘 연주회의 하일라이트는 2부에 듀오로 연주된 Rachmaninov Suite No. 1 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과 절정의 기량이 완벽하게 하나의 음악으로 녹아들어간 연주. 얼마나 많이 함께 연습해야 이 정도로 호흡을 싱크로 할 수 있는 걸까? 연주를 들으면서 와이프와 나 모두 팔에 소름이 돋았다. 맨날 1악장만 내 어깨너머로 듣곤 했던 와이프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곡을 끝까지 다 들어보고 아주 좋아했다. 곡에 붙어있는 제목의 의미까지 설명을 듣고나서는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1악장 Barcarolle 뱃놀이
2악장 La nuit... L'amour... 밤... 사랑...
3악장 Les Larmes 눈물
4악장 Paques 부활절

 

이런 소제목이 불어로 붙어있는데, 연인과 베네치아에 왔다,,, 까지만 생각하고 순서대로 들어보면 레알 심쿵, 하는 곡이다. (아직 못 들어본 분들은 야심한 밤에 혼자 들으면 잠 못잘수도 있으니 감상에 주의하시길 ^^)

 

10. 앙콜곡으로는 루토스와브스키의 파가니니 변주곡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들려주었다. Four hands로 헝가리 무곡을 연주할 때는 두 사람이 마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음악을 가지고 장난치는 연인같아 보였다. 둘이 실제 연인이라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다. 비주얼이면 비주얼, 연주 테크닉이면 테크닉, 게다가 20대의 젊음까지. 다 가졌네 다 가졌어,,, 50줄을 넘긴 아재는 부러움만 가득, 그러나 귀호강 눈호강,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 음악계의 라이징 스타를 보는 즐거움에 감사한 하루다. 클래식 피아노 음악계의 BTS라 할 수 있는 두 연주자의 무궁한 발전과 롱런을 빌고 기대하며, 우여곡절 끝에 쓴 감상 후기를 맺는다.

작성 '20/08/09 14:51
ko***수정 삭제
me***:

ㅎㅎㅎ 저도 또모 구독자인데---
8/8 연주회를 못가서 아쉬웠는데, 바로 눈 앞에서 보는 듯한 공연감상문 감사합니다.

20/08/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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