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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 책을 보다가..그리고 번스타인의 말러
작성2주 전조회1029추천8

 

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 책을 보며 음악 감상중이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교향곡별 음반평마다 번스타인의 연주들이 꽤 박한 평을 받는 것 같아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도 음악 듣는 취향이 좀 보수적인 편이긴 한데 예를 들면 베토벤 심포니는 카라얀 60년대가 정석이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빌헬름 캠프가 정석이며, 쇼팽은 루빈스타인이 최고고, 슈베르트 피아노 연주는 브렌델이야말로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등 제 스스로 정석이라 생각되는 연주들만 주로 찾아 듣는 편 입니다. (다른 연주들도 다 들어보았지만 결국 한 명씩의 특정 연주자들 연주로 귀결되더라구요..)

 

곡을 얼마나 더 깔끔하게, 더 기술적으로 완벽히 연주하느냐의 문제는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쇼팽 발라드의 경우에도 루빈스타인 보다 짐머만의 연주를 더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 거고, 빌헬름 캠프의 경우 미스터치가 참 많은 연주자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베토벤을 가장 베토벤답게, 가장 독일인답게 연주했기 때문에 카라얀이나 캠프의 연주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쇼팽의 경우에도 쇼팽이 살아있었다면 꼭 루빈스타인처럼 연주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때문에 루빈스타인을 좋아하구요.

 

레너드 번스타인은..참 여러모로 진보적인 사람이었지요. 정치 성향도 그랬고, 성적 취향도 그랬고 늘 시대를 앞서갔던 불세출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저는 번스타인의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말러 영혼의 에센스는 번스타인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네요. 이 시대의 말러 붐도 사실 브루노 발터보다 번스타인이 일으킨 거나 마찬가지기도 하구요. 물론 번스타인이 우리에게 말러를 열렬히 전도한 사도 바울의 역할을 했다고 해서 번스타인의 말러 해석만 꼭 옳다는 건 아니지만요.

 

가끔씩 번스타인의 말러 해석이 종종 지나칠 때도 있고, 때론 아쉽기도 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전 말러 연주는 번스타인처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기준에 베토벤 심포니 = 카라얀으로 귀결되듯 말러의 심포니는 결국 번스타인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김문경씨 책에서는 각 교향곡마다 번스타인의 디오니소스적 해석에 대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말러만큼 디오니소스적인 작곡가가 또 있나요.

 

가령 2번 '부활'을 비롯해 번스타인 신전집에 수록된 녹음들이 지나치게 육중해서 매머드급 쇼라는 비판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이유들로 인해 번스타인의 '부활'에서 더욱 큰 감동을 받곤 합니다. 다른 작곡가도 아니고 말러처럼 스케일 큰 곡들을 누구보다 육중하게 풀어낸 게 잘못은 아니지요. 게다가 신전집에 수록된 7번의 피날레 마지막 엔딩 패시지 같은 경우 제가 들어본 그 어떤 지휘자도 번스타인 처럼 입체적인 다이내믹으로 곡을 마무리 짓는 경우를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말러의 곡 속에서 비참하고, 처절하고, 눈물나게 아름답고, 가슴 찢어지도록 슬픈 순간들이 번스타인을 거치는 순간 정말 그 누구의 지휘 아래에서 보다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클렘페러, 텐슈타트, 주빈 메타 등등 다 들어봤습니다만 제게 말러는 종착지가 번스타인으로 귀결 되네요.

 

번스타인의 연주를 들으면 늘 감정이 소용돌이 칩니다. 때로는 작곡가의 의도를 벗어난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저는 번스타인이 말러 교향곡들을 연주하면서 했던 모든 해석과 실험들이 분명 인류의 커다란 유산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제가 뉴욕 유학에서 돌아오기 전날 찾아간 브루클린의 번스타인 묘지 사진을 첨부합니다. 묘지가 어찌나 소박하고 작은지 정말 놀랐습니다. 인류 음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천재 뮤지션이 누워있는 곳 치고 정말 초라하더라구요.

 

하늘에서도 열심히 지휘하시라고 지휘봉도 놓아드렸네요. 누가 뭐래도 레너드 번스타인은 정말 위대하고 위대한 음악가였습니다. 누가 뭐래도 그의 말러는 분명 위대합니다.

 

작성 '19/11/02 23:12
si***수정 삭제
kp***:

번스타인의 말러, 참 좋죠.
주정적이면서 정열적인 연주죠.
그런데 저 지휘봉이 꽤 비쌀 것 같은데 번스타인의 묘소에 헌납했군요.
누군가 가져가거나 치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님의 번스타인에 대한 경의를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몰년도를 보니 지휘자치고는 그리 오래 장수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19/11/0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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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

그래도 80세 넘게 사셨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ㅎㅎ

19/11/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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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제게 말러 전집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저 역시 번스타인의 신전집을 고를것입니다

19/11/0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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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

19/11/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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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y***:

쓰신 많은 부분 내용에 동감합니다. 번스타인은 지휘자이기 전에 위대한 음악가였습니다. 말러, 쇼스타코비치, 베토벤의 몇 몇 작품, 브루크너 9번 등은 위대한 음악적 유산이라고 봅니다. 번스타인과 비엔나 필하모니가 말러 리허설 때 단원들에게 브루크너에 묻혀서 잊혀진 말러의 작곡 의도를 설명하는 말러 리허설이 생각이 납니다. 오늘날 음악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활동했던 지휘자였습니다. 몇 년 전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번스타인을 기리는 여러 가지 학술 대회가 유럽 전역에서 열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몇 몇 음악학자들은 번스타인을 음악학적인 입장에서 재조명한 저서들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가수 크리스타 루드비히의 3명의 지휘자 비교

오스트리아 방송에서 비엔나 필하모니 단원 대표였던 클레멘스 헬스베르크 박사 (제 2 바이올린) 크리스타 루드비히 그리고 몇 몇 유명한 음악인들이 크리스타 루드비히를 놓고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비엔나 필하모니를 지휘했던 칼 뵘, 카라얀, 번스타인 3 명 비교가 등장했는데 헬스베르크 박사는 은근히 칼 뵘을 그리워 하는 것 같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칼 뵘과 카라얀 사이, 그런데 크리스타 루드비히는 번스타인을 단연 최고의 지휘자로 치켜 올렸습니다.

루드비히를 키운 사람은 카라얀과 뵘인데 왜 번스타인을 가장 높이 평가했는지 좀 의하했었습니다.

3명의

19/11/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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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맨 밑줄 '3명의'의 뒷 내용이 너무나 궁금합니다~

19/11/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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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애호가의 호 불호의 감정에 따라 선택이 갈라지는게 예술가의 숙명이 아니겠습니까?
아마 제가 아바도를 몰랐다면, 바비롤리를 몰랐다면 제게 번스타인은 최고의 말러 지휘자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음반으로서 딱 한가지의 말러 전집을 고르라고 하면 저는 이제는 주저없이 쿠벨릭의 전집을 골라잡을것 같습니다.

19/11/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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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

호불호로 갈린다는 말씀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쿠벨릭을 제대로 정주행 한 번 해보겠습니다~

19/11/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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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

해석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고, 말러에 대해선 번스타인은 서양철학의 플라톤과 같은 공이 있죠. 세세한 비평은 그의 위대함에 누를 끼치치 못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된 대로, 번스타인은 진실로 다재다능한 예술가였습니다. 20세기 마지막 르네상스적 인간이 아닐까 합니다.

19/11/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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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

서양철학에 있어 플라톤과 같은 공이 있다는 말씀 너무 멋진데요? 감탄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번스타인의 음악과 철학 강의를 듣다보면 정말 20세기 마지막 르네상스적 인간 맞습니다.

19/11/0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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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저는 말러을 번스타인으로 입문해서 번스타인의 말러는 애착이 많이 가는 연주입니다. 그리고 굉장히 좋은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김문경 씨의 구스타프 말러는 매우 좋은 책이죠. 한번 정독하고 필요할 때면 지금도 가끔씩 꺼내서 봅니다. 음반에 대한 리뷰도 전반적으로 공감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고, 절대적인 기준이라기 보다는 참고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19/11/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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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

옳은 말씀 입니다. 저도 김문경님의 구스타프 말러 책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길버트 카플란 같은 분인 것 같아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 보다는 저 역시 여러모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9/11/0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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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김문경씨의 책은 애호가로서 매우 심도 있는 차원의 관심을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책에서 어떤 독창적인 관점을 발견하지는 못했기에 따로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말러 음악을 듣고 말러와 그 음악에 대한 관심을 심화된 수준의 이해로 이끌고 싶어서 읽은 책은 테오도로 아도르노의 <말러-음악적 인상학>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김문경씨의 책을 따로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마 말러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떤 면에서건 참조의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이 책을 추천합니다.

19/11/0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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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y***:

언급하신 말러의 음악적 인상학을 번역하신 분은 고클에서 활동하시던 Dahlemdorf의 필명으로 분 입니다. 저는 25년 전에 아드르노의 원문을 전공 세미나 발표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부정적 변증법의 이중적 부정의 수사가 여기 저기 등장하여 1페이지 보는데 처음에는 1시간이 소요되는 난해한 문장입니다. 아도르노 말러 두 분 모두 유태인으로서 세계 운동 (Weltumlauf) 개인의 소외 문제를 주체적 목소리를 내는 개인적 독백으로 말러의 음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게 아도르노의 입장입니다. 나의 의지와 별개로 움직이는 (돌아가는 세계 운동) 이에 저항하기 위해서 내 목소리를 내려면 움직이는 체계와 다른 (음악적 형식) 저항적 목소리가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려면 시스템 (오케스트라) 자체에 무리한 요구를 통하여 작곡가 개인의 표현 의지를 구현하려고 했다 라고 아도르노는 말러의 음악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마치 말러의 머리 속에 들어가서 그의 음악적 고민을 악보 분석과 말러가 처했던 당시 사회 상황에 맞추어 음악 철학적 재구성을 한 것 입니다.

19/11/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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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을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19/11/0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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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y***:

아도르노의 말러 해석은 그 깊이에.있어서 아직도 넘어설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문경씨의 말러 연구서는 저는 자세히는 보지 못하였지만 도서관에서 참고 문헌을 위주로 과연 인용할 만한 문헌이 인용이 되었느냐 라는 측면에서 살펴 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약학 계통 공무원? 으로 아마추어로 저 정도의 저작을 낸다는 것은 분명히 놀라운 업적입니다. 그러나 내용의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검증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국내의 현실은 블랙리스트 문제로 고생하는 문체부 여자 장관도 클래식에 관한 저서를 내고, 작고하신 영문학자도 이 한장의 명반이라는 클래식 서적을 내고, 정신과 의사 분도 오페라 전문서를 내는 음악적 출판 자유화의 시대입니다. 출판의 자유가 제한된 독일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귀국해서 출판된 음악적들을 보면 20년 30년 전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음악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는 애호가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 사실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클래식 수준이 쳇바퀴 돌듯이 문한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 입니다.

19/11/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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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말러 해석의 선호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곳 고클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사실 번스타인의 가장 큰 공로는 말러의 대중화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주정주의와 과감한 해석이 반대편에서 불만을 자아내기도 했죠
이후 불레즈 등의 중도적인 해석이 다시 각광받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고요.

리히테르가 한 명언이 생각납니다.

"때론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과감한 해석이 필요하다"

19/11/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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