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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끼는 베토벤 교향곡 전집 2.
작성2주 전조회700추천5

위대하다는 말에 적합한 지휘자로서 저는 주저없이 오토 클렘페러를 꼽습니다.

 

제가 이 지휘자를 위대하다고 보는 이유는 그의 개인적인 인생사를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것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녹음을 근거로 합니다. 클렘페러는 출생년도(1885년 5월)로 본다면 푸르트벵글러(1886년 1월)와 거의 같습니다. 오히려 몇 달 먼저 태어났더군요. 그러나 클렘페러와 푸르트벵글러는 그 생애가 아주 극명하게 대조되는것 같습니다. 속된 말로 꽃길만 걸어서 음악계의 황제로 군림했던 푸르트벵글러와는 달리 클렘페러는 어찌보면 잡초 같은 질곡 많은 음악가의 길을 걸었지만 그의 만년의 예술적 성취는 푸르트벵글러를 능가하는 녹음으로 고스란히 우리에게 남겨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지휘자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사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좋아하기는 어렵고 또 그렇게 되기에는 어떤 계기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가 클렘페러를 좋아하게된 계기를 말하라고 하면 엉뚱하게도 안동림 교수가 쓴 <이 한장의 명반>이라는 책을 통해서 였습니다. 그 이전에 간간히 접했던 클펨페러는 기존의 다른 연주와는 너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강했던것이 사실입니다. 1988년에 발간된 이 책을 저는 1989년도에 처음 발견해서 구입했습니다. 그때 까지 우리의 음반과 관련된 정보의 유통은 매우 제한된 것이었고 그 대부분은 일본의 책자를 번역하거나 편집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클렘페러의 음악에 주목한 것은 이 안동림 교수의 책 중에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해당 책에서는 요술피리로 표현함)의 음반 중 클렘페러의 음반을 소개한 것이었고 저는 해당 음반을 구해서 들은 이후 눈에 띄는 대로 클렘페러의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클렘페러의 베토벤 교향곡은 처음에 들을 때 그렇게 귀에 쉽게 들어오는 친절하고 달콤한 것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그동안 들어왔던 익숙한 연주 녹음에 비해 둔중한 느낌이 드는 그의 음반은 그래서 첫눈에 반할 요소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짜르트의 마술피리 음반에서 느꼈던 농밀한 음향과 짙고 풍부한 색채감, 그리고 오페라의 극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던 구성력이라는 요소에 주목해서 그의 음악을 들어가면서 어느덧 클렘페러의 음반은 제 감성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렘페러를 선호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무뚝뚝하고 강인하며 너무 느리고 답답하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불친절하다는 표현도 본 것 같습니다. 그와 유사한 느낌을 저도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클렘페러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는 그의 음악을 피상적으로 들었을 때의 첫인상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클렘페러의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면(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참새가 잰 날개짓을 하면서 허공을 오락가락하는것과는 달리, 마치  독수리가 높은 창공에서 유유하게 활강하면서 지상의 세부를 스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느낌의 감지 여부에 따라서 클렘페러에 대한 호 불호는 갈린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클렘페러의 베토벤 교향곡은 탄탄하고 굳건한 구조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세부적 표현에서는 관악기를 통해 명료하게 색감을 드러내면서 음악의 전개에서는 음향의 신축에 조급함이 없이 긴 호흡으로 유장하게 감정의 굴곡을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고 봅니다. 템포에 관한 논란도 있는데 저는 클렘페가가 음향으로 만들어낸 공간감은 다른 연주와는 상대적으로 다른 템포감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템포를 단지 시간의 요소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공간까지 고려한다면 클렘페러의 공간감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연주가 갖는 템포를 그의 연주에 적용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제 생각에 동의할 필요도 없고 또 그럴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렘페러의 연주를 다른 각도에서 음식에 비유하자면, 조미료나 양념을 통해서 맛을 내서 보기 좋게 플레이팅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어진 식재료에 자기 나름의 조리법과 적절한 간을 위주로 맛을 낸 음식과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맥도날드 햄버거와 같이 글로벌하게 세계인의 입맛을 지배하는 음식 보다는 세프가 자기만의 고유한 음식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음식을 제 기호에 따라 선택히기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그래서 클렘페러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 그 어떤 전집 보다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사족을 덧붙인다면, 저는 클렘페러의 베토벤 교향곡 중 9번의 경우,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 실황녹음이 전집에 포함된 녹음보다 좀 더 좋은 연주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당 연주기록을 YOU TUBE에서 찾아 링크해 둡니다.

 

 

 

 

 

 

     

작성 '20/09/13 9:54
ka***수정 삭제
si***:

스튜디오 녹음과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9번 교향곡의 실황녹음으로는 유튜브 음원보다는 테스트먼트에서 발매된 음반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둘다 1957년 녹음이네요 1964년의 유튜브 음원은 장중한데 이보다는 좀 템포가 느립니다 저도 이 테스트먼트 1957년 연주를 <요즘>에는 제일 좋아하는 9번에 등극 시켰습니다. 녹음이 오디오적으로도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스테레오 초기 녹음이지만 현악기들의 분리도도 일품이구요.

나머지 베토벤 전집도 전 클렘퍼러는 믿고 듣는 편입니다, 3번의 경우 55년 모노 녹음이 개인적으로 더 좋고 5번의 경우 전집에 속한 스테레오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약간 안 어울리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글렌 굴드의 바흐와 클렘퍼러의 베토벤은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주자는 음악의 매개자일 뿐 <청자를 음악에 참여시키는 것>에 큰 성과를 이룬다는 점.

20/09/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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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siegfried님의 댓글을 보고 확인 후 마침 제가 원했던 연주녹음 음원이 있어 바꾸었습니다.

20/09/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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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

시대가 흐를 수록 감탄할 점들이 보이는 전집이죠. 클레페러의 베토벤.

20/09/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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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개인적으로는 1960년 빈 음악주간 실황 전집에 가장 감동을 받았습니다. 소리가 모노인 것이 살짝 아쉬운 점이지만요.

20/09/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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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저도 뮤직엔아트에서 발매한 60년 빈 실황전집을 갖고 있는데, 이 녹음은 실황녹음이라는 특성상 연주의 자발성과 즉흥성이 매력이지만 모너럴이라는 것 보다 다소 드라이한 느낌의 음질이 아쉬움을 줍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모너럴 녹음을 푸르트벵글러의 emi전집과 비교해서 듣다보면, 푸르트벵글러가 스테레오 시대에 많은 녹음을 남기지 않은 것은 어저면 역설적으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클렘페러의 베토벤을 듣다보면 그를 "화강암에 새겨진 십계명과 같은 음악가"라고 한 발터 레그의 말이 공감이 갑니다.

20/09/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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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참고로 EMI 전집을 PRISTINE AUDIO에서 리마스터링한 것이 있습니다. 정말 웅장하고 장엄하기 까지한 특성이 고스란히 나와 있습니다. 무대감도 광활하구요. 5번은 그래도 전 68번 빈필과의 녹음을 제일 가슴에 사무치는 명반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첨에 들으면 좀 밋밋하지만요

20/09/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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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68년 5월 빈 필과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실황 녹음은 저도 아끼는 음반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음반은 빈 필 150주년 기념 음반으로 출시된었던 것입니다.

20/09/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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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

콜롬비아 세미서클을 들어봐도 알겠더군요. 골격미에 반했습니다. 초반을 여유 닿는대로 들어 볼 작정 입니다.

20/09/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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