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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2번 이야기 (1)
작성1년 전조회8848추천6

말러 2 교향곡 부활’ 이야기

 

* 이 글 역시 지난 번 말러 제1번 교향곡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졸저 <클래식을 변호하다>에 기초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시중에 말러 교향곡에 관한 좋은 책이나 글들이 많이 있지만, 말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은 분들의 감상을 돕기 위한 차원의 여러 가지 해석 가운데 하나 정도로만 아래 글을 참고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전체 5악장으로 글의 분량이 다소 많아 한꺼번에 포스팅이 불가한 관계로 부득이 악장 별로 나누어 따로 올리는 점도 양해 바랍니다. 다가오는 2020년 새해에는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말러의 2번 교향곡 ‘부활’은 그의 여러 교향곡 가운데서도 말러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평생 애착을 가졌던 작품입니다. 말러의 교향곡을 이해하려는 분들이 피해 갈 수 없는 산맥과 같은 이 곡의 감상 포인트를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의 연주 영상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유튜브에 더 좋은 연주가 많이 있겠지만 두다멜의 공연 영상이 각 악장별로 구분되어 있고 영상 및 녹음의 품질이 우수하여 이 동영상을 선택하였습니다(이하 각 악장의 설명에 부기된 연주시간은 해당 악장의 연주 동영상에 관한 것입니다).

 

1악장

 

 

 

2번 교향곡은 무려 6년에 걸쳐 작곡되었습니다. 이 교향곡의 1악장은 〈장례식(Todtenfeier)〉이라는 제목의 독자적인 교향시로 먼저 작곡된 작품에 기초를 두고 수정한 것입니다. 말러는 스스로 이 곡에 대해 1번 교향곡에서 묘사된 영웅의 장례식이라고 표현했고(참고로 이 곡은 장송행진곡으로 유명한 베토벤 3번 교향곡 ‘영웅’의 2악장과 조성의 측면에서 c단조로 동일하고 오보에와 저음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그 영웅을 땅에 묻고 그의 일생을 추적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심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왜 사는가? 어찌하여 당신은 고통 받는가? 인생은 단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농담에 불과한 것인가?’

 

1악장은 기본적으로 제시부 – 발전부 – 재현부 – 코다 등으로 이어지는 소나타 형식이지만 제시되는 여러 가지 주제들은 매우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에피소드 중심의 전개 양상을 띠고 있어 전통적인 틀에 넣어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이들은 말러가 선배 베토벤과 달리 멋진 주제를 제시해놓고도 이를 구조적으로 구축하고 통합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채 우물쭈물한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아래에서는 이러한 구조에 따라 1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제시부

 

제시부는 비수같이 예리하고 날카롭게 몸을 파고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트레뮬로(tremulo)와 그를 배경으로 한 첼로와 베이스의 격렬한 울부짖음으로 시작합니다(1주제군). 그 후 부점리듬으로 움직이는 장송행진곡에는 우리를 지배하며 집요하게 괴롭히는 고통과 사망의 어두운 절망이 깊게 묻어 있으며 짧게나마 그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줍니다(2:25이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서두와 5번 교향곡 서두의 분위기를 결합한 듯한 비장한 도입부의 남성적인 1주제에 이어, 말러는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마치 꿈을 꾸는 듯 행복을 동경하는 여성적인 2주제를 제시합니다(2:55 이하). 베토벤 5번 1악장의 2주제가 제시될 때 그 밑으로는 운명의 동기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듯이, 여기서도 행복을 동경하는 2주제의 아래로 여전히 어두운 1주제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아니나 다를까 행복의 순간은 찰나와 같이 허망하게 지나고(4:00이하) 곧 극적인 절망의 절규와 함께 어두운 분위기가 이내 곡의 흐름을 지배하면서 1번 교항곡 피날레의 영웅을 상기시키듯 금관을 중심으로 매우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흐름을 보이다가(4:42 이하) 곧바로 마치 관이 무덤으로 내려가는듯 하행음계가 불길하게 제시되면서(5:28 이하) 제시부가 마무리됩니다.

 

발전부

 

마치 영웅의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추모하듯이 제2주제를 기초로 한 발전부가 시작됩니다(6:50 이하). 이 다소 긍정적인 상행음계의 발전부 부분은 여성적인 섬세함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고 어두움마저 끌어안고자 하는 자연의 생명력이 엿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받치는 슬픔과 비애를 감추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단번에 삼켜버리는 어두움이 다시 지배하며 곡은 이내 우울함으로 빠져들어(10:40 이하) 외로움과 고통과 어두움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태풍처럼 서서히 더욱 커져만 갑니다. 

 

그 후 잠시나마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일말의 기대가 보일 듯하지만(11:30) 바로 첼로의 분출하는 울부짖음과 함께 파괴적인 어두움이 급격히 분위기를 장악하면서 이제는 죽음이 그 그림자를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12:40 이후의 죽음을 상징하는 타악기 탐탐의 울림).

 

이처럼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 다시 처음부터 서서히 힘을 얻어가면서 휘몰아치기 시작하더니 분위기는 더욱 악마적으로 변하여(15:30 부근의 탐탐의 울림 등), 급기야는 어두움과 죽음의 힘이 절규하는 영웅을 향하여 두 번의 광포한 최후의 타격을 가하는 것으로 발전부는 끝나고 맙니다(16:30 이하). 

 

우리의 심장에 물리적인 파동으로 다가오는 악기인 큰북을 포함한 전체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온 힘을 다하여 매우 세게(fff) 내리 꽂는 이 최후의 광포한 타격이 주는 무시무시한 충격의 진동은 실제 연주회장이 아니고는 제대로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재현부

 

곡은 다시 제시부의 고통과 울부짖음(1주제), 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행복에의 동경(제2주제)을 소환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지배하는 코다에 곧 무릎을 꿇고 맙니다(20:57 이하).

 

코다

 

급기야 영웅의 관은 반복되는 느린 하행음계를 통해, 또한 더욱 기괴하고 음침한 모습으로 바뀐 1주제군과 더불어 파놓은 무덤으로 서서히 내려가다가, 마지막 억눌린 트럼펫의 외마디 비명(24:09) 이후 더욱 급박하게 떨어지는 하행음계와 함께 완전히 흙으로 덮이고 맙니다. 마지막 현이 만들어내는 두 번의 짧은 피치카토(mfpp)는 마치 관에 마지막으로 뿌려지는 허무한 흙먼지와도 같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고통 속에 허무하게 죽어간 영웅의 처절한 죽음 앞에 마음을 추스르는 묵념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일까요? 말러는 영웅을 땅에 묻고 그의 일생을 (1악장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기의) 2악장에서부터 추적해나가기에 앞서 최소한 5분은 쉬라고 악보에 지시하고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 . .

 

작성 '19/12/31 13:21
fa***수정 삭제
si***:

이런 글을 볼때마다 참 들뜨게 됩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19/12/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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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훌륭한 글 감사합니다

20/01/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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