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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2번 이야기 (2)
작성9달 전조회849추천4

말러 제2번 교향곡 부활

 

2악장

 

 

 

말러는 이 2악장에 대하여 떠난 자에 대한 구름 한 점 없는 햇빛과 같은 추억이라고 했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이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어둠의 그림자는 한 치도 없는 밝은 햇살처럼 마음에 떠올라 방금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잊어버린 것 같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실제로 이 곡은 앞선 1악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잊어버린 듯 달콤한 사랑과 밝은 햇살처럼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일을 겪은 후에 과거를 회상하는 곡인지라 듣는 우리들의 마음에는 우아함을 머금은 밝은 노래에도 불구하고 뭔가 쓸쓸함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겠지요.

 

2악장은 구조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의 주제가 모습을 바꾸어 번갈아 나타나면서 이른바 A-B-A1-B1-A2형태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주제(A)는 말러가 교향곡에서 즐겨 사용한 렌틀러(Ländler)의 선율입니다. 렌틀러는 오스트리아 및 독일 남부에서 서민들 사이에 유행한 3박자의 소박한 춤으로 나중에 유명한 비엔나 왈츠로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비록 렌틀러는 느린 춤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두다멜이 안단테 모데라토(Andante moderato)인 이 렌틀러를 너무 느리게 연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서 마리아가 아이들의 아빠인 트랩 대령과 함께 추었던 춤이 바로 렌틀러인데, 영상을 보면서 이 춤곡의 느낌과 빠르기를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악장의 두 번째 주제(B)는 호른과 함께 제시되는데(1:44이후) 아주 여린(ppp) 현악기가 연주하는 셋잇단음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의 열정을 머금고 있으며 그 움직임이 베토벤의 9번 교향곡 2악장의 스케르초 부분을 연상시킵니다. 다만 말러는 지휘자들이 혹시 이 부분을 너무 전투적으로 몰고 갈까 걱정했는지 너무 서두르지는 말라고 표시하였습니다. 그 후 다시 첫 번째 주제에서 보인 렌틀러의 선율로 돌아오지만(3:20 이후) 이번에는 바이올린 등의 우아한 렌틀러 선율 아래로 저현부의 첼로가 남성적인 목소리로 주도하는 다른 노래(counter-melody)가 흐르는데, 이 부분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중창처럼 들립니다(A1).

 

현악기들이 부르던 이중창은 이번에는 더욱 열정적으로 바뀐 두 번째 주제(B1)에 분위기를 넘겨주는데(5:44) 한바탕의 더욱 열정적인 순간이 후끈한 열기와 함께 몰아칩니다. 그러고 나서 렌틀러의 선율이 이제는 현의 피치카토와 목관악기의 스타카토 등으로 더욱 즐겁게(A2) 노래됩니다(8:00). 말러는 이 부분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하여 바이올린을 마치 기타를 치듯이 들고 연주할 것을 지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 춤곡은 처음 시작하였던 우아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가 노래하다가 마치 앞으로는 (적어도 이 교향곡에서만큼은) 다시 이런 밝은 노래를 들을 수 없음을 아쉬워하듯이 하프와 함께 스르르 멈춥니다.

 

 

 

3악장

 

 

 

3악장의 서두는 마치 1악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잊은 채 달콤한 추억에 취해 있던 우리들을 깨우려는 듯이 갑작스럽게 울리는 팀파니의 가격으로 시작합니다.

 

말러는 이 3악장과 관련하여 삶의 정체성과 행복을 잃은 이에게는 세상은 마치 음악이 전혀 들리지 않는 먼발치에서 무도회장의 춤추는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말도 되지 않는 그 어떤 것과 같다고 하면서, 모든 존재의 무의미함을 깨달을 때는 절규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말러는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Des Knaben Wunderhorn)를 동시에 작곡하고 있었는데, 3악장은 기본적으로 그 가곡집 중 6번 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Des Antonius von Padua Fischpredigt)를 토대로 하여 간헐적으로 다른 에피소드들이 삽입되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는 교회에 신도가 없자 물고기를 찾아가 설교하는 성 안토니우스에 관한 전설을 소재로 한 것인데, 설교를 들은 물고기들은 듣는 순간 감화를 받지만 돌아가서는 그만 모두 잊어버리고 그들의 비루하고도 탐욕스런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아마도 말러는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동물적 본능에 이끌리어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살아가는 물고기들에 관한 이 곡이 우리 인간들의 삶의 맹목성과 허무함을 냉소적으로 묘사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실제로 음악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이러한 장면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큰북과 브러시 형태의 나무채 같이 생긴 루테까지 가담하여 울리는 3박자 리듬을 배경으로 꾸밈음이 붙은 음계를 연주하는 클라리넷의 특이한 선율은 물속을 이리저리 살랑이며 유영하는 물고기를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아래 악보 참조).

 

말러는 물속을 이리저리 유영하는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클라리넷의 선율들을 유머러스하게 연주하라고 지시하는 등(0:52 ) 곡을 매우 우스꽝스럽고 시니컬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악기가 다 동원되고 활의 등으로 현을 두드리는 꼴 레뇨(col legno) 등 다양한 연주법이 동원된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노라면 창꼬치, 뱀장어, 대구 등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안토니우스의 설교를 듣기 위해 헤엄쳐 몰려와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서는 그의 설교를 듣다가,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스르르 원래대로 흩어져 돌아가서는(1:36 부근) 평소대로 본능에 이끌리어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어렵지 않게 머리에 그려집니다. 플루트가 길고 평탄하게 연주하는 음은 물고기가 돌아가는 단조로운 일상을 묘사하는 듯합니다(3:07).그 후 음악은 권태로움을 극복하려는 듯 더욱 흥분하며 끓어올라 분출하기를 거듭하는데(3:28 4:08 이하) 불현듯 트럼펫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려옵니다(4:24이하).

 

참고로 말러의 교향곡에서는 악장의 도중에 가끔 이런 특별한 순간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3번 교향곡 3악장에 등장하는 포스트호른(Posthorn)이 그 예인데, ‘우편나팔이라고도 하는 이 악기는 소리가 호른보다는 트럼펫과 비슷하게 납니다(아래 포스트호른을 형상화한 독일 우체국 로고).

 

 

 

실제 연주에서는 종래 플루겔호른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호렌슈타인(Jascha Horenstein)이 런던 교향악단(London Symphony Orchestra)과 함께 연주한 말러 3번 교향곡 음반의 플루겔호른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또한 가끔씩은 이 악기가 실연에서 트럼펫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참고로 말러의 설명에 따르면 이 포스트호른은 바로 인간을 묘사하는 것인데, 무대 밖에서 연주되어 멀리서 들리는 군대의 나팔소리처럼 시작했다가 점점 노래로 바뀌어가는 이런 아득한 포스트호른의 노래는 곡의 진행 중 갑작스레 나타나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2번 교향곡 3악장의 중간에(4:24이하) 홀연 들려오는 이 트럼펫의 노래 역시 참으로 특이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그 소리의 이면에는 맹목적인 삶의 굴레에 갇힌 인간들의 허무와 한이 서려 있는 듯합니다. 그 후 분위기는 변하여 처음 나타났던 물고기와 같은 권태로운 삶의 묘사가 다시 반복됩니다(6:02 이후). 잠시 오케스트라가 다시 한 번 끓어오르지만(7:32) 이번에야말로 더 이상은 그 무의미함을 견디기 어렵다는 듯 일명 죽음의 비명이라고도 부르는 아주 극렬하고 절망스런 절규를 쏟아냅니다(7:52).

 

그러나 그러한 울부짖음도 잠깐, 이내 체념한 듯 조금 전에 트럼펫이 부른 그 노래가 이번에는 현악기를 통해 불리고(8:31 이후), 현악기가 내뱉는 거친 숨소리 위로 플루트의 평탄한 음형을 타고(9:05 이후) 또 다시 단조로운 물고기와 같은 권태로운 삶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다음 이 모든 허무함의 종착역이 죽음임을 알리듯이 탐탐의 외마디 울림과 함께 3악장은 급작스럽게 끝이 나고 맙니다.

 

To be continued. . .

 

작성 '19/12/31 16:27
fa***수정 삭제
ba***:

글에서만 본 춤곡 렌틀러가 뭔가 했는데 추억의 영화속 장면으로 보니 바로 알겠네요. 영화 분위기가 때문인지 참 우아한 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상에 도움을 주는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20/01/0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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