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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2번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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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제2번 교향곡 부활

 

4악장

 

 

3악장 마지막에서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탐탐의 갑작스런 울림이 미처 다 사라지기 전에, 4악장은 곧바로 쉬지도 않고 (이른바 attacca) 바로 시작됩니다. 알토가 조용히, 그러나 깊고 그윽하게, 3악장의 다(C)단조와는 많이 벗어나 있는 내림라(Db)장조로 ! 붉은 장미여(Röschen rot)”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 교향곡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말러는 3악장에서도 가곡집 이상한 어린이의 뿔피리의 한 곡을 관현악으로 재구성하여 이를 토대로 악상을 구축하였지만 4악장의 경우는 아예 동일한 가곡집 중에서 태초의 빛(Urlicht)이라는 노래를 통째로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이 가곡에서 알토가 처음 부르는 작은 붉은 장미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미는 기독교에서 무엇보다도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흘린 피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입니다. 가톨릭의 성물인 묵주의 영어 이름인 ‘Rosary’도 로마 제국의 순교자들이 순교 시에 머리에 쓴 장미 다발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합니다. 즉 장미는 피와 순교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 관악기의 엄숙한 코랄이 뒤따릅니다(0:25). 말러는 이들 관악기의 코랄이 마치 천상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무대 밖 저 멀리에서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3악장에서 쉬지 않고 바로 연주되는 4악장인지라 녹음이 아닌 실제 연주에서는 관악 주자들의 이동이 수반되는 그러한 지시가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그 후 약음기를 낀 현악기와 트럼펫의 반주에 부쳐 모든 사람들은 깊은 곤궁에 처해 있고 큰 고통을 겪고 있도다(Der Mensch liegt in größter North! Der Mensch liegt in größter Pein!)”라고 인류의 깊고 큰 슬픔을 탄식한 후(1:15), 세상에서 둘도 없는 고귀한 선율로 나는 차라리 하늘나라에 머물렀으면(Je lieber möcht’ ich im Himmel sein)”2번 강조하여 노래하는데(1:48), 두 번째 부른 후에는 애절한 오보에의 화답이 따라 붙습니다.

 

돌연 분위기는 바뀌어 목관과 하프의 반주 하에 나는 넓은 길로 왔다(Da kam ich auf einen breiten Weg)”고 노래할 때 솔로 바이올린이 동참합니다(3:10 이후). 그때 천사가 돌연 나타나 길을 막으며 돌아가라고 하는데, 아까 바이올린이 연주한 선율을 이제는 천상의 악기인 플루트와 피콜로 등이 함께 노래합니다(3:37). 마지막에 아주 여리게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현악기군의 소리는 마치 천사의 호소와도 같이 들립니다(3:53).

 

그러나 천사의 만류에도 나를 보내지 말라(Ich ließ mich nicht abweisen)”는 결심과 결단이 오보에의 인도를 따라 표현되면서(3:58) 결국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왔으니 그분께 돌아간다. 사랑하는 그분이 나에게 빛을 주시고 그 빛이 영원하고 복된 삶으로 이끌 것이다(Ich bin von Gott und will wieder zu Gott! Der liebe Gott wird mir ein lichtchen geben, Wird leuchten mir bis in das ewig selig Leben!)”라는 확신에 찬 믿음을 노래합니다. 이 때 4번이나 반복되는 하느님(Gott)이라는 단어에는 간절함이 묻어납니다(4:15).

 

특히 이 마지막 노래 중 나에게 빛을 비춰 안내한다는 부분에서 말러는 다시 느린 처음의 템포로 돌아갈 것을 지시하면서 이 노래의 초기에 하늘나라를 묘사할 때 사용했던 고귀한 선율을 다시 재현시키는데(4:30), 그 후 영원한(ewig)’이라는 단어에서 이 악장 맨 처음의 내림라(Db)장조로 다시 복귀하면서 그렇게 4악장은 마무리됩니다.

 

허무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의 어두운 바닥에서 관조하듯 여린 목소리로 한 줄기의 근원의 빛을 애타게 갈구하며 부르는 이 노래는 별다른 가감이 없이 그 자체로 3악장 이후 부활의 5악장을 준비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했던지, 말러는 이를 고스란히 2번 교향곡의 4악장으로 채택했습니다.

 

단 한 번도 크게 소리 높이지 않고 끝까지 차분한 목소리로 부르는 이 엄숙한 노래에 대하여 각자 여러 가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가끔은 이 노래 속에 천사도 차마 보낼 수 없어 막아서는 참혹한 십자가의 길을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믿음으로 선택하는 예수의 심정이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창세기 1장 1절, 3절; 요한복음 1장 1절, 4절).

 

그래서인지 몰라도 말러는 이 곡을 흠도 티도 없는 어린 소녀가 천상에서 부르는 것처럼 불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이 곡은 어린이와 같이 순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깊은 표현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것은 실제 연주에서 구현되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상과 같이 본다면, "십자가 없이는 부활이 없다"는 기독교 사상과 함께 이 4악장은 선택이 아니라 5악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To be continued. . . .

 

 

작성 '19/12/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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